< 편집자 주 > 아래 글은 작가 달달무슨달님께서 투고해주신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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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학교 졸업식에 다녀왔다.
요즘 졸업식 분위기는 내가 어렸을 때와 무척 달랐다.
“이제부터 제 30회 **중학교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을 맡은 아이들이 졸업식 시작을 알리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졸업식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간결한 축사가 끝나자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반별로 무대에 올라 한 달 동안 준비한 공연을 펼치며 서로의 졸업을 축하했다.
그리고 학교를 위해 봉사한 학부모님의 인상적인 소감이 이어졌다.
‘100점짜리 인생을 만드는 법’이었다.
“여러분, 100점 짜리 인생을 만드는 방법 아시나요?
이 이야기는 인생 선배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알파벳 순서대로 A부터 Z까지 1부터 숫자를 매깁니다.
A는 1, B는 2, C는 3, 마지막 Z는 26이 되겠죠.
알파벳 순서대로 숫자를 매긴 후, 숫자의 합이 100점인 단어는 무엇일까요?
어떤 단어가 100점일까요?
모두가 원하는 사랑 “Love”? 54점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행운 “Luck”은? 47점입니다.
모두가 갖고 싶은 돈 “Money”는? 72점입니다.
100점짜리 단어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자세 “Attitude”입니다.
우리가 어떤 자세와 태도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은 100점이 될 수 있습니다.”
새 출발을 앞둔 졸업생뿐만 아니라 우울하고 짜증나고 화나는 기분이 곧 태도가 되는 나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졸업식 같은 여러 행사가 열리는 연말연시는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고 의미 있는 소감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비상계엄이 일어난 일주일 후, 202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제 124회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모든 상이 기쁘지만 한국 ‘첫’ 노벨 문학상, 아시아 ‘첫’ 여성 수상자. ‘첫’, ‘처음’이 주는 감동은 벅차올랐다.
블루 카펫 위에서 한강 작가님의 나직한 목소리가 고요히 울려 퍼졌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3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수상 소감은 춥고 어두운 겨울, 움츠러든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소중히 지켜야할 것은 무엇인지, 세상을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조용히 묻고 위로하는 수상 소감은 마음의 온도를 높여 주었다.
얼마 전, 대배우 이순재 선생님의 연기 대상 수상 소감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90세 대배우가 이제 막 연기공부를 시작한 20대 어린 제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늦은 시간까지 지켜봐 주신 시청자 여러분,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상 소감을 듣는 시간은 참 특별하다.
그 시간 덕분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꼭 100점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디, 작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내년엔 또 어떤 감동적인 소감이 들려올지 기대된다.
images: Midjourney